사무실로 50대 초반의 중년 남성이 부인측으로부터 받은 소장을 들고 찾아오셨습니다. 그 중년 남성은 어려서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오갈 데가 없게되자 여동생과 함께 당시 이웃에 살고 있던 친척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친척집도 다 스러져가는 집에 자식들까지 많아서 얹혀 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중년 남성은 어린시절을 그렇게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사시다가, 그 환경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성년이 되자마자 이웃집에 살던 지금의 부인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고 하는데, 어린시절을 그렇게 어렵게 보내다보니 돈이 없으면 가족이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내 몸이 부숴지더라도 돈을 벌어 가족들을 넉넉하게 먹여살려야 된다는 신조를 가지게 되었고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일만 하면서 살아오신 분이셨습니다.
그 분은 막노동판에서 일하시면서도 담배는 물론이고 그 흔한 술도 입에 댄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더운 아프리카까지 가서 막노동일꾼으로 몇 년 동안이나 일 하시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인건비만 많이 준다면 온갖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오셨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성실하고 참으로 훌륭한 가장에 대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어린 시절을 너무 어렵고 힘들게 사셔서 그런지 의뢰인은 가족들에게 정겹게 말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화조차 없이 살아오셨고 너무 완고하셨습니다. 본인이 돈만 벌어다주면 가족은 잘 살겠지하는 마음으로 그저 열심히 살아오기만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보니 가족들은 의뢰인으로부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부인이 그런 남편의 마음을 좀 알아주고 자녀들을 보다듬었다면 가정에 문제가 없었을텐데, 부인은 그런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아버지에 대하여 불평하는 자식들조차도 다독이지 못하고 아버지와 멀어지게 하였으며, 하물며 1남2녀인 자녀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아버지와 이혼을 하는데 동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이혼소송이 시작되자 아버지만 집에 놔두고 자식들만 데리고 집을 나가 따로 생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중년남성은 눈물을 흘리면서 후회스러운 과거를 돌이키고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 하소연 하셨습니다. 그래서 물론 부인에게도 유책사유로 삼을 수 있는 잘못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부인의 잘못을 크게 들추지 않으면서 다만 과거를 회상하면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부족했던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한편 앞으로의 다짐과 각오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변론해 나갔습니다.
그러자 판사님께서도 우리 의뢰인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직접 부인을 설득하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런데 부인은 물론이고 자식들까지도 의뢰인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었는지 이번에는 자식들의 반감이 거셌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법원에 가사상담절차 및 심리치료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법원은 우리 요청을 받아들여 부인과 자식들을 설득해서 가족 모두에 대한 가사상담절차 및 심리치료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의뢰인에게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고 파탄난 가정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부인과 자녀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자, 의뢰인은 부인과 자녀들에게 평생 써보지 않은 장문의 편지까지 써서 보내곤 하셨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부인과 자녀들의 마음이 풀어졌고, 이미 집을 나가 따로 살고있던 살림살이를 정리해서 집에 들어오더니 급기야 이혼소송 또한 취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주 잘살고 계시다고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이혼을 시키거나 이혼을 당한 후 재산분할을 받아오면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해서 가정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변호가 이루어져 성공한 사건으로 우리 사무실의 가장 큰 보람이 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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